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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6. 15:54 추억쌓기

혼자 자취를 할 때에는 고작해야 라면 정도 끓여먹고 대부분은 사 먹고 생활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집에서 대부분의 요리를 해 먹으면서 내가 왜 지금까지 사 먹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생활비 차이도 크긴 합니다. 요즘보면 저렴한 식당 찾아다녀도 한 끼에 5천 원, 매끼 사 먹으면 한 달 식비만 50만 원 이상 들어갑니다. 거기에 제 경우에는 대학원 다니면서 자취를 하다 보니 후배들 밥까지 가끔 사야 해서 식비 부담이 정말 컸습니다. 

그런데 직접 해먹으면 생활비 비교해서 정말 크게 줄어듭니다. 저와 아내와 딸 식비가 50만 원도 채 안 들어갑니다. 물론 시골로 이사를 와서 상추, 토마토, 고추 등 몇 가지 채소는 직접 길러먹고, 외식도 줄고, 배달 음식도 못 시켜먹어서 외식비가 줄어든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식비보다도 더 크게 느끼는 점은 사먹는 것보다도 입맛에 더 맞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자취할 때에는 식당에서 먹는 것이니 뭐라고 불만을 표하지 않았습니다. 좀 입맛에 안 맞으면 다음번에 가서는 다른 메뉴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다른 메뉴도 아니다 싶으면 그 식당엔 다시 안 갔습니다. 양 부분도 마찬가지, 맛은 좀 괜찮아도 양이 너무 적게 나오는 곳이면 안 가게 되었습니다.

학교 식당의 경우에는 가격이 싼 대신에 맛은 좀 포기를 하게 되는데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헤서 그런지 생각 외로 괜찮게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식당은 자율급식 + 일부는 아주머니께서 배식해주셨는데... 배식해주시는 아주머니께 맨날 인사하고 다녀서 그런지 친해서 말씀 안 드려도 식판에 듬뿍 올려주셔서 양에서는 불만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ㅎㅎ

하지만 운영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 외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사 먹어야 해서 왔다 갔다 시간으로도 손해고, 양도 적고, 맛도 고만고만.. 불만이 생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직접 해먹을 생각은 거의 못 했습니다.

 

우선 해먹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밑반찬 같은 것도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밥과 반찬을 해야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경상도 넘이라서 중고등학교 때까지도 부엌에 들어가본 적이 없다 보니 요리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하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뭘 해먹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가 요리를 하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대학 졸업한 20대 중반에도 김치찌개 하나 제대로 못 끓이는 여자 후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내는 웬만한 국, 찌개부터 시작해서 나물류 등 밑반찬도 할 줄 아는 게 많았습니다.

그 당시엔 인터넷으로 게임은 했지만 요리법 같은 걸 검색할 생각은 못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저런 요리를 쉽게 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쉬운 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야채 썰기 같은 건... 원래 손재주가 적은 데다가 대충대충 스타일이라 요리 모양을 내는 건 안 맞지만, 라면 끓이는 것처럼 쉬운 레시피는 해볼 만하다 싶었습니다.

 

처음엔 어묵탕, 김치찌개를 해봤는데 딱히 간 맞출 필요도 없이 재료만 적당히 넣으니 되더군요. 원래 맵고 짠 걸 싫어하고 아내도 입맛이 비슷해서 오뎅국은 다시마나 멸치 좀 넣고 무우를 깍두기 썰기로 잘라 넣고 마지막에 어묵과 간 마늘을 넣으면 끝!

김치찌개도 삽겹살이나 찌갯거리로 돼지고기 앞다리나 뒷다리살을 넣고 좀 끓이면서 김치, 양파나 파 좀 썰어 넣고 두부 넣고 간마늘에 계란을 넣으면 끝!

중요한 점은 꼭 필요한 식재료를 넣는 것과 간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대단한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핵심적인 식재료만 제대로 넣어도 어느 정도 기본 맛은 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웬만한 건 인터넷으로 레시피 찾아보면 되어서 잘 모르는 요리도 가능!

거기에 적당한 때 간을 봐서 본인의 입맛에 맞추는 게 중요! 뜨거울 때에는 맛이 좀 덜 느껴지는데 식으면서 더 짜지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약간 싱겁다 싶은 정도로 간을 맞추면 저희에겐 적당한 듯싶더군요.

밑반찬 같은 건 아내가 미리 해두거나 조금 사놓으면 되고, 밥은 전기밥솥이, 요리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게 그렇긴 하지만 식당 찾아 다니는 시간 생각하면 큰 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몇 번 거치면서 요리를 가끔 하다 보니 아내로부터 요리를 잘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이렇게 직접 해먹다보니 밖에서 못 사 먹겠더군요. 가격은 몇 배로 비싸고 입맛엔 안 맞고... 사 먹으면 요리 안 하고, 설거지 안 해도 되어서 편하다는 장점 정도? 그러다 보니 점점 외식 횟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