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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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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9. 22:19 육아이야기

지난주 드디어 초등학생들이 방학을 했습니다. 와~ 그런데 제 마음은 마치 내가 휴가를 얻은 듯한 느낌이네요.


3월 개학식날 교장선생님이 학교를 믿고 자녀분들을 맡겨달라고 했는데 그 첫날부터 신뢰를 잃었습니다.


여긴 시골학교라 학생들의 등하교에 학교버스와 함께 택시가 같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꼬맹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한동안 직접 차로 등하교를 시키겠다고 몇번이고 얘기를 해뒀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끼리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서 입학식 하고 첫날 꼬맹이를 택시를 태워보내버렸습니다. 하교시간에 맞춰서 조금 일찍 학교로 갔더니 방금 출발했다고 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한번 크게 믿음을 잃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뭐든 신경쓰이게 되더군요.



그뒤로도 툭하면 문제가 생겼습니다. 학교 갔다와서 씻기는데 가끔 다쳐서 오더군요. 하지만 선생님이 한번도 그에 대해서 얘기가 없었습니다.


꼬맹이가 워낙 잘 안 우는 편인데다가, 뭐 옷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치라서 주변에서도 모를 수 있지.. 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한번은 얼굴에 눈에 띄게 상처가 나있더군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물어봤습니다.



첫마디가 자신들은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든지 다 안다.. 라는 말로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다친 상처 이야기를 했더니... 휴식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돌봄시간 등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이 있어서 다 알 수는 없다라고..


참 바로 번복할꺼면서 뭐 그리 자신하는지.. 저희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1학년들을 다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달라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알림장에 메모 한 줄이라도 남겨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담임선생님은 바빠서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할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매일 등하교를 시키면서 보면 담임은 종종 피아노치고 개인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딱히 바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땐 한반에 60명, 거기에 전학까지 와서 66명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학부모가 오면 정성껏 얘기를 해줬는데.. 


뭐... 지금은 그보단 천국이죠.. 다른 지역은 한반에 20명 정도 되는데... 여긴 시골이라서 한반에 6명입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서 1/3 인원인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게다가 방과후 교실과 돌봄시간이 있어서 실제 절반 정도는 다른 분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황당했던 점은, 가해학생이 누군지 밝혀야 된다고 학부모도 가만히 있는데 담임이 난리를 치더군요.. 거기에 책임회피하기 급급한 담임 모습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주임선생님도 거의 같은 모습이더군요.


세상이 살벌해져서 문제가 생기면 선생에게까지 손해배상청구한다고는 하지만, 참... 믿음을 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뭐.. 예전에는 초등학교 교사라고 하면 낮은 급여에 안 좋은 환경이었지만, 지금이야.. 안정적인 급여에 편안한 직장으로 선택한 것이니.. 뭘 기대하리.. 하고 아내와 얘기하고 넘어갔습니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많으시다는 걸 압니다.



얼마 있어서 학부모 모임을 나갔습니다. 거기서 고학년 학부모님들이 그러시더군요. 그 담임선생님 정말 좋은 분이라고... 저희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당한 일을 두세가지 말했더니 얼굴 표정이 바뀌시더군요. 그리곤 조용히... 어쩔 수 없다고... 자신도 애가 학교가서 크게 다쳐서 오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생각한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탐탁치 않은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험담을 했다가 담임 귀에 들어가서 자기 자녀에게 더 안 좋게 할까봐서 말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더군요.... 차라리 사립 유치원에서 더 신경을 써주는 것 같다는게 학부모님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참...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은 같다고 하는데 왜 이리 차이가 나나요? 아이를 초등학교 보내면서 선생님에 대한 기대는 줄여야 된다는걸 절실히 느낍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