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사에 영업직으로 근무하면서 유체동산(가전제품) 압류에 몇 번 참관인으로 동행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제삼자 입장에서 봐도 안타까운 느낌이 종종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돈을 떼인 채권자로써는 채무자가 재산을 가족 명의로 다 숨겨놓고는 안 주는 것 같고, 속았다는 배신감도 있고 해서 그렇게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는 이해됩니다.
어쨌든 채권자 입장에선 채무자 재산, 소득이 어딨는지 찾다가 못 찾으면 다음 단계로 생각하는 것이 유체동산압류입니다. 그래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지식과 대응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1. 언제 들어올 수 있는가?
채권(채무)이 있다면 가압류는 언제든 진행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압류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전제품처럼 돈도 얼마 안 나오는 데에는 잘 안 합니다. 부동산처럼 재산권 확보가 쉽고 금액이 좀 될 때에나 진행하는 편입니다.
압류조치는 지급명령 등의 민사판결을 받거나 공정증서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정증서도 없고 판결도 아직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송기간에만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지급명령 등의 소송이 진행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송달받고 이의신청을 한다거나, 반대로 송달을 받지 않아서 공시송달로 진행되게 방치하면 소송기간이 3~ 4개월 정도로 연장되어서 그만큼 다음 법조치도 늦어지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이의신청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끄는 것에 불과하고, 그에 따라서 법비용이 더 들어가서 청구금액도 늘어나는 단점도 있기 때문에 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진행 시에 미리 통지는 오지 않습니다. 채권자나 추심 담당자가 압박용, 겁주려고 통지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2. 압류스티커가 붙을 수 있는 물품은?
* 밥통, 옷 같은 생필품은 제외되고, 중고로 몇만 원 정도는 되는 물품에 대해서만 빨간딱지가 붙을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집의 옷은 생필품으로 빨간딱지가 붙을 수 없지만, 옷가게에서의 옷은 상품으로 분류되어 빨간딱지가 붙어서 경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압류되는 물품을 보면 TV, 냉장고, 컴퓨터,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과 침대 같은 고가 가구 정도입니다. 경찰, 검찰이 하는 압수 수색이 아니라 집행관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라서 장롱 옷 밑에 숨겨진 귀금속함 같은 걸 찾아서 뒤적거리지는 않습니다.
* 정수기 같이 리스, 임대한 물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빨간딱지를 붙일 수 없습니다. 원룸, 오피스텔 등 집주인이 옵션으로 제공하는 가전제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집행관은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빨간딱지를 붙이려고 하면 임대, 리스상품으로 채무자 소유가 아님을 주장해야 합니다.
*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샀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주장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좀 복잡합니다. 부부의 경우에는 공동소유(1/2씩)로 추정되는데 아님을 주장하려면 증빙 서류(신용카드 사용내역서 같은)가 필요합니다.
* 부모집에 얹혀살고 있을 때도 역시 부모님 소유임을 주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와서 압류스티커를 붙이고 가는 등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현실적으로 좀 복잡하기 때문에 관할 집행관 사무실에 문의를 해보셔야 합니다.
3. 대응방법은?
* 보통은 경매에 한 번 넘겨서 빚이 없는 배우자 등 가족이 재매수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배우자는 우선매수권과 배당청구권이 있어서 유리합니다.
경매에 참가하려면 경매 시각에 맞춰서 참가해야 하며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가 안 되기 때문에 현금을 감정가보다 더 여유 있게 준비해 놔야 합니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보통 유체동산경매에만 전문적으로 참가하는 업자들인데 낙찰받고도 보통은 바로 물건을 빼지 않고 채무자와 협의해서 다시 되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따라 몇십만 원 추가비용이 들게 되니 가급적 경매일에 낙찰받는 것이 좋습니다.
* 주소지를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곳으로 전입시켜둔다거나, 이사를 한 다음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서 구 주소지로 두는 방법도 유체동산압류를 피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채권자가 주민등록말소 신청을 해서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한번 경매에 넘겨서 낙찰받아서 그 낙찰영수증을 보관하면 그 물건들은 다시 경매에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낙찰영수증을 잘 보관해두고, 낙찰대금으로 채무를 다 갚지 못한다면 다른 재산권이나 소득으로 다시 압류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예상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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