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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2. 22:55 시골이야기

시골로 귀촌을 한 지 2년이 좀 넘었습니다. 집 뒤편에 밤나무 등의 과실수와 작은 텃밭이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아서 농사를 짓는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골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이웃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골인심이 예전보다 못하다라든지 외지인에게 야박하다는 말을 하는 경우를 간혹 보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시골에서 만나게 되는 외지인들이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모내기에 쓸 모를 키우기 위해서 천으로 보온덮개를 해둔 상태 

제 경험으로 본다면 집으로 모르는 사람이 오는 찾아오는 경우가 1년에 4 ~ 6차례 정도 있데... 그중에 2~ 3회는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명이 올 때도 있지만, 2명이 올 때도 있습니다. 제 가족들은 무교이고 종교에 관심없다 라고 딱 잘라서 얘기하는데... 포교 관련 책자 정도 나눠주고 그냥 돌아가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강요하는 인간들이 간혹 있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또 와서는 짜증 나게 만듭니다.

거기에다가 문도 안 잠궈두고 집주인도 없는 주택에 갑자기 찾아 들어와서는 어슬렁거리고 집 안팎을 돌아다니니.. 누가 좋아할까요? 도시에서 그러면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끔 고물 산다는 방송을 하고 다니는 트럭도 오는데 어느날은 집안 쪽에 있는 물건까지 마음대로 가지고 가려고 하더군요. 못 봤으면 그냥 도둑맞을 뻔했습니다. 

이웃분들도 그렇게 고물업자와 한바탕 싸움까지 한 적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시골 마을입구 마다 cctv가 있고, 집안에 비싼 물건이라고는 거의 없으니.. 전문적인 털이꾼, 도둑은 거의 없지만 이런 식으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 것 같습니다.

 

논에 미리 물을 채워서 잡초싹을 틔우는 중 

그리고 또 가끔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데 30롤 짜리 휴지 같은 걸 가지고 다니면서 물건을 강매하는 사람입니다. 몸이 안 좋은 걸 내세우면서 물건 가격도 제시하지 않고 되는 대로 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소액 꺼내주면 더 달라고 하고 안 주면 뒤로 욕하는 스타일입니다. 역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집안까지 들어오니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시골에선 대문이 없는 주택도 많고, 대문이 있어도 안 잠구고, 낮시간에는 마을회관에서 모여 계실 때가 많아서 정작 집은 비어있으니 못 보던 외지인들이 마을에 찾아오면 좋은 눈길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골생활을 2년 넘게 해보니.. 이젠 저 역시도 누가 집에 찾아오면 왜 이런 외딴곳까지 찾아왔어?라고 의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골인심이 야박해졌다고 표현하는 게 이런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안 좋은 행동을 하는 외지인 때문인거고, 그런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잘 대해 주시는 게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텃밭에 심을 고추나 토마토 등의 모종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저희는 작은 텃밭만 있어서 농협조합원이 아닌데도 달력 등 농협에서 나오는 물품이 있으면 같이 나눠주실 때도 많습니다.

 

보온덮개를 걷자 많이 자란 모가 보이네요 

계절에 따라 고구마순이라든지 가지나 고추 수확기가 되면 언제든 필요한 만큼 떼어가라고 하시는 이웃 아주머니도 계신데 솔직히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는 못 하겠더군요 ㅎㅎㅎ;;

그래서인지 가끔 이것저것 수확하신 걸 나눠주십니다. 필요한 공구 같은 것도 빌려쓸 때도 가끔 있고 은퇴하시고 고향으로 내려오신 이웃 아저씨께서 취미생활로 지팡이를 만드시는데 만드신 지팡이도 나눠주시고...

저희가 텃밭관리를 잘 못하니 이웃할아버지께서는 이것저것 말씀도 해주시고, 잡초 깎으실 때 저희 텃밭 쪽까지도 같이 깎아주시기도 합니다.

귀농하신 분들이 올린 글을 보면 이웃분들의 참견 때문에 피곤하다는 내용이 종종 있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은 거와 경험에서 오는 건 좀 다르죠.. 나이 등을 떠나서라도 선배로써의 조언이다 생각하면서 적당하게 받아들이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저도 이젠 마을 사람이니 마을 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으면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딸이 초등학교를 다녀서 면사무소로 거의 매일 가서,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 심부름도 종종 합니다.

그리고 면사무소쪽에서 버스 기다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시면 마을까지 모셔다 드리기도 합니다.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2시간 정도 간격으로 몇 번 다니지도 않아서 이런 점이 많이 불편한 것 같습니다. 시골 인심 지금도 도시에 비해서는 훨씬 좋습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