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내려온 지 이제 3년 정도 되어가지만 경험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나아져 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합천 내려오기 전에 진주에서 1년 정도 월세를 살면서 귀촌 연습을 해봤지만, 이미 다 준비된 곳이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진주에서는 집도 딱히 수리할 데도 없었고, 텃밭도 어느 정도 모양이 잡혀 있어서 별로 일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도배, 장판에서부터 금 간 곳도 있고, 아궁이 수리도 해야 해서 정말 손 볼 곳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슬레이트 창고건물도 있고, 텃밭으로 사용했던 곳도 몇 년간 아예 손을 대지 않은 듯 잡초로 풀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
여전히 부족한 것은 많지만,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사 왔을 때 텃밭에 뽕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오디를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뽕나무이라는 벌레 때문에 첫해에는 오디 맛도 거의 못 봤습니다.
뽕나무이가 생긴 걸 늦게 봐서는 딱히 대응법이 없어서 그냥 뽕나무를 다 쳐버렸습니다. 그런데 생명력이 길어서 다시 바로 자라나더군요. 2년 차에도 뽕나무이가 생겼지만, 조금 일찍 봐서 생긴 가지를 다 쳐버렸더니 그래도 맛 볼 정도로는 수확을 했습니다.
올해는 뽕이가 생긴 걸 좀 더 일찍 봐서 다 쳐버렸더니 훨씬 좋아졌습니다. 요며칠은 잘 익은 오디를 매일 만원 어치는 수확하는 것 같습니다.
뽕나무이 때문에 무조건 농약을 쳐야 하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뽕나무 수가 적을 때에는 조금만 일찍 보고 발 빠르게 대응하면 농약 없이도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정말 많이 느낍니다. 처음엔 나무에 피해를 줄까봐 가지치기를 소심하게 했는데 몇 번 해보니 소심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과감하게 싹뚝싹뚝 잘라도 다음 해엔 더 많이 무성하게 가지가 자라난다는 거! 그리고 어정쩡한 잔가지가 많으면 열매 개수는 많아질 수도 있지만 열매 크기가 작아지고 익기 전에 떨어지는 낙과가 많아져서 되러 실속이 없다는 점!
물론 가지치기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돌배나무가 하나 있는데 가지치기하고 꽃따기 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큰 돌배를 보기 힘드네요. 올해도 마찬가지일 듯싶습니다.
익기 전에 열매나 잎이 시들어가고 벌레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무래도 농약을 쳐야 하는 것 같은데... 훔.. 농약칠 생각은 없으니 그냥 배꽃만 보고 즐기는 상황입니다.
앵두나무도 비슷합니다. 꽃도 엄청나게 피고 열매도 처음엔 많이 맺혔는데 익기 전에 대부분 떨어져서 남는 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흠.. 가지치기 문제인지, 농약이나 영양분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실은 첫해에는 많이 열렸었는데 나무에 병이 생겨서 병든 나뭇가지는 다 잘라냈더니 매실 알은 커졌는데 갯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작년에도 비슷하게 가지치기를 한 듯 싶은데 2그루에선 수확량이 뚝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요령부족인 것 같습니다.
텃밭에 다른 작물들도 매년 조금씩 더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첫해에는 상추와 양배추가 잘 자랐는데 고라니가 와서는 하룻밤 사이에 다 꿀꺽~ 헐.. 식성이 그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콩도 잘 자랐는데 콩잎을 고라니가 다 먹어서 못 자라게 되었고.. 늙은 호박도 익기 시작하니 벌레가 다 파먹고..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농약 없이도 뭐 키우면 되지 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귀엽기만 했던 고라니가 왜 유해동물인지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툭하면 밤에 꽤~애액~ 이상한 소리로 울기도 하고 야간에 갑자기 길로 뛰어들기도 하고... 귀엽지만 피곤한 동물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나온 결론은 가급적 고라니가 안 먹는 작물을 키우자... 토마토, 고추, 호박, 파, 등 특유한 냄새나 좀 거친 잎사귀는 잘 안 먹습니다. 이런 대처방법으로 작년에는 고라니피해를 덜 입었습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좀 더 퇴비를 많이 사서 뿌렸더니 모두들 무럭무럭, 퇴비는 아끼지 말고 초반에 넉넉하게 뿌려주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 꼬맹이에게도 시골생활 경험이 즐겁게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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