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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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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7. 23:52 시골이야기

시골 내려온 지 이제 3년 정도 되어가지만 경험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나아져 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합천 내려오기 전에 진주에서 1년 정도 월세를 살면서 귀촌 연습을 해봤지만, 이미 다 준비된 곳이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진주에서는 집도 딱히 수리할 데도 없었고, 텃밭도 어느 정도 모양이 잡혀 있어서 별로 일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도배, 장판에서부터 금 간 곳도 있고, 아궁이 수리도 해야 해서 정말 손 볼 곳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슬레이트 창고건물도 있고, 텃밭으로 사용했던 곳도 몇 년간 아예 손을 대지 않은 듯 잡초로 풀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년...

 

뽕나무 열매 오디

여전히 부족한 것은 많지만,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사 왔을 때 텃밭에 뽕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오디를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뽕나무이라는 벌레 때문에 첫해에는 오디 맛도 거의 못 봤습니다.

뽕나무이가 생긴 걸 늦게 봐서는 딱히 대응법이 없어서 그냥 뽕나무를 다 쳐버렸습니다. 그런데 생명력이 길어서 다시 바로 자라나더군요. 2년 차에도 뽕나무이가 생겼지만, 조금 일찍 봐서 생긴 가지를 다 쳐버렸더니 그래도 맛 볼 정도로는 수확을 했습니다.

올해는 뽕이가 생긴 걸 좀 더 일찍 봐서 다 쳐버렸더니 훨씬 좋아졌습니다. 요며칠은 잘 익은 오디를 매일 만원 어치는 수확하는 것 같습니다.

뽕나무이 때문에 무조건 농약을 쳐야 하겠구나 생각을 했었는데 뽕나무 수가 적을 때에는 조금만 일찍 보고 발 빠르게 대응하면 농약 없이도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지치기의 중요성을 정말 많이 느낍니다. 처음엔 나무에 피해를 줄까봐 가지치기를 소심하게 했는데 몇 번 해보니 소심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과감하게 싹뚝싹뚝 잘라도 다음 해엔 더 많이 무성하게 가지가 자라난다는 거! 그리고 어정쩡한 잔가지가 많으면 열매 개수는 많아질 수도 있지만 열매 크기가 작아지고 익기 전에 떨어지는 낙과가 많아져서 되러 실속이 없다는 점!

 

6월 초에 수확하는 청매실
맛이 밍밍한 뱀딸기, 말려서 차로

물론 가지치기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돌배나무가 하나 있는데 가지치기하고 꽃따기 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큰 돌배를 보기 힘드네요. 올해도 마찬가지일 듯싶습니다.

익기 전에 열매나 잎이 시들어가고 벌레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무래도 농약을 쳐야 하는 것 같은데... 훔.. 농약칠 생각은 없으니 그냥 배꽃만 보고 즐기는 상황입니다.

앵두나무도 비슷합니다. 꽃도 엄청나게 피고 열매도 처음엔 많이 맺혔는데 익기 전에 대부분 떨어져서 남는 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흠.. 가지치기 문제인지, 농약이나 영양분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매실은 첫해에는 많이 열렸었는데 나무에 병이 생겨서 병든 나뭇가지는 다 잘라냈더니 매실 알은 커졌는데 갯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작년에도 비슷하게 가지치기를 한 듯 싶은데 2그루에선 수확량이 뚝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요령부족인 것 같습니다.

 

텃밭에 다른 작물들도 매년 조금씩 더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첫해에는 상추와 양배추가 잘 자랐는데 고라니가 와서는 하룻밤 사이에 다 꿀꺽~ 헐.. 식성이 그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콩도 잘 자랐는데 콩잎을 고라니가 다 먹어서 못 자라게 되었고.. 늙은 호박도 익기 시작하니 벌레가 다 파먹고..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농약 없이도 뭐 키우면 되지 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귀엽기만 했던 고라니가 왜 유해동물인지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툭하면 밤에 꽤~애액~ 이상한 소리로 울기도 하고 야간에 갑자기 길로 뛰어들기도 하고... 귀엽지만 피곤한 동물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나온 결론은 가급적 고라니가 안 먹는 작물을 키우자... 토마토, 고추, 호박, 파, 등 특유한 냄새나 좀 거친 잎사귀는 잘 안 먹습니다. 이런 대처방법으로 작년에는 고라니피해를 덜 입었습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좀 더 퇴비를 많이 사서 뿌렸더니 모두들 무럭무럭, 퇴비는 아끼지 말고 초반에 넉넉하게 뿌려주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 꼬맹이에게도 시골생활 경험이 즐겁게 남길 바랍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