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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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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1. 23:50 시골이야기

시골 내려온 다음부터 매년 해충과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뽕나무이'라는 진드기 같은 녀석이 뽕나무에 잔뜩 달라붙어서 어쩔 수 없이 나무들을 다 잘라버렸습니다.

거기에 고라니가 잘 크던 양상추와 상추를 다 먹어치우고, 콩잎까지 다 따먹어서 텃밭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둘째 해에는 노린재와 28점 무당벌레, 진딧물이 등장해서 브로콜리와 구기자 잎을 갉아먹어서 특히 구기자가 커질 못했습니다. 그래도 다른 텃밭 작물은 그런대로 문제없이 지나갔는데.. 올해는 완전히 난리가 났습니다.

 

무당벌레는 익충이지만, 예외적으로 28점 무당벌레는 성충, 애벌레 모두 잎을 갉아먹는 해충입니다 

노린재와 진딧물은 올해 적은데 비해서 28점 무당벌레가 한순간에 대박 번식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한동안 신경 못 썼는데 그 사이에 엄청나게 숫자가 불어난 것입니다.

한 20분 정도 200ml짜리 작은 생수병을 들고 다니면서 몇백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쩝.. 고작 30주 정도의 고추, 가지, 토마토에서 잡은 양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잡아도 20분 뒤에 가서 보면 이 숫자의 절반 정도 또 있다는 것입니다.

28점 무당벌레는 잘 날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수병 입구를 바로 밑에 대고 툭 건들면 생수병 안으로 툭 떨어져서 잡기는 정말 쉽습니다. 생수병에 물을 조금 채워 넣어 놓으면 쉽게 도망도 못 칩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도 수십 마리 포획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되는 게 다리에 힘이 없는지, 아니면 도망치는 수단인지 살짝 건들기만 해도 밑으로 툭 떨어져서 도망을 집니다. 그리고 잎 뒷면에 작은 알을 10 ~ 20여 개 낳아서 또 부화... 쩝.. 정말 피곤하게 만듭니다.

 

28점 무당벌레는 가지잎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갉아먹는데 그나마 덜 갉아먹은 것입니다. 심하게 갉아먹은 가지는 잎사귀가 구멍이 다 뚫려서 좀 질긴 나뭇잎 줄기만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다 갉아먹고는 고추와 토마토로 옮겨갑니다.

 

가지를 수확했는데 갉아먹은 자국이 전체적으로 선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상품성은 제로(0)가 됩니다. 저희는 뭐 팔게 아니라서 상관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먹기도 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황당한 것이 고추는 몸통은 맵다는 걸 아는 건지 안 먹고, 꼭지부분만 갉아먹어서 갉아먹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손으로 잡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껴서인지 아내가 처음으로 농약을 쓰자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도 바로 포기하긴 싫어서 오늘도 난황유를 전체적으로 뿌려줬습니다. 마요네즈를 물에 희석해서 만든 난황유가 재작년에는 효과가 좋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고만고만하네요.

이렇게 손으로도 잡고, 난황유도 며칠 징하게 뿌려봐야겠습니다. 오늘부터 28점 무당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골 내려오기 전만 하더라도 농약 안 뿌리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느낍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