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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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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6. 23:22 시골이야기

길가에 돌을 그으면서 보조석 쪽 앞바퀴가 휘어서 지난 13일 자동차 정비소에 차량을 맡겼습니다. 중고 부품이 없어서 수리비만 4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군요.

2002년식 마티즈2라서 차값에 맞먹는 수준이 아닌가 싶은데 ㅋㅋ;; 그렇다고 해서 문제없이 잘 가던 자동차라 갑작스레 새로 사기도 그렇고 수리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가 합천이라 부품이 없어서 주문하면 내일이나 온다고 하더군요. 15일은 광복절이라 안 되고 결국 16일 오늘 수리가 된다고 해서 맡기고 합천 읍내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리가 다 되면 정비공장에서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점심때까지도 연락이 없어서 2시에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직 수리 중이라고 오늘 중에 끝날 거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합천읍내로 가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모른다는 것... 이왕 장도 봐야되고 해서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6시까지 근무한다고 하니 그전에 왔다갔다 할 때 거리를 봤을 때 대략 12km 정도 거리를 2시간 동안에 가야 하는 상황. 네이버 지도로 확인해봤더니 11km 정도... 대충 시속 6km 속보로 가면 된다고 생각 들어 바로 출발했습니다.

체질적으로 땀이 많아서 물을 가지고 가면서 마시면 그게 땀으로 다 나와서 되러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아무 것도 안 들고 햇볕을 좀 피하게 얇은 긴팔 셔츠 하나 입고 출발했습니다.

훔.. 문제는 햇볕이더군요. 시골이라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큰 건물도 없고, 가로수는 있지만 따가운 여름 햇볕을 가려줄 정도는 되지 못합니다.

주변이 논밭이라 걸어가는 길의 80% 정도는 여름 햇볕을 그대로 받고 가야 되는 상황... 아후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중도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서 합천 읍내까지만 태워달라고 할까... 

 

쩝.. 뭐 봐도 모름.. ㅋ

얼마 전에 손 흔드시던 할머니 한 분을 태워드렸는데 양파를 엄청 주셔서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있습니다. 그 할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요즘은 손을 흔들어도 태워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전 아직까지 젊고, 다른 사람들을 태워드리기는 해도 내가 그렇게 히치하이킹 (hitchhiking)하는 성격은 못 돼서 그냥 꿋꿋이 걸었습니다.

차를 산 다음부터 걸어다니는 게 줄고 운동도 줄어서 더 힘들어진 것도 있지만 정말 여름 땡볕이 힘들게 만들더군요... 땀으로 내의가 다 젖고 뒤로 갈수록 체력도 고갈되면서 걷는 속도가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뭐 어쨋든 결국 11km를 1시간 45분 정도에 도착. 대충 시속 6km 정도의 속보로 간 것 같습니다. 정비소 도착하자마자 찬물부터 네 컵 마셨습니다.

수리비가 원래 얘기한 것보다 더 비싸게 46만 1천 원이 나왔는데 44만 원으로 깎아주시더군요. 부품 3개 교체하면 될 거라고 했었는데 교체한 부품 수도 좀 늘은 것 같습니다.

차량 가액이 워낙 낮아서 자동차보험에서 자차는 아예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라 그냥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뭐 44만원 정도라면 자차 보장받아도 3년간 보험료가 할증되는 금액이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비 공장장 분이 마티즈 같은 경차는 살짝 부딪혀도 훅 휘어서 수리비가 많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고 하더군요. 저 앞에 모닝도 그렇게 들어왔다고... 뭐 어쩔 수 없죠... 정말 운전은 조심해야 한다는..

 

시골길이라서 속도를 내진 못하지만 차로 가면 11km 15분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거리를 정말 빠르게 속보로 걸었는데도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뭐 일반적인 걸음 속도로 걷는다면 시속 4km이니 대략 3시간 걸렸을 겁니다. 그동안 차로 다닐 땐 정말 금방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자동차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시골 버스도 타봤는데 3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승객분들이 다들 60대가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이시라서 내리시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리고, 1차선 좁은 길까지 들어가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걷는 약 2시간 동안 읍내로 가는 버스는 아예 안 보이더군요... 5시 25분 정도 되니 읍내쪽에서 용주면 쪽으로 오는 버스 한 대, 그리고 5시 40분 정도 또 용주면 쪽으로 가는 버스가 보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버스가 줄어서 불편해졌다고 말씀하시는 게 정말 와닿더군요. 주민이 줄어서 승객도 줄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가 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