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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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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9. 22:19 시골이야기

매년 9월부터 10월 가을에는 연중행사인 밤까기를 해야 합니다.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집 뒤에 밤나무, 감나무 등이 있는 작은 텃밭도 같이 샀었는데 특히 밤이 많이 열립니다.

9월 초 일찍 익어서 떨어지는 걸 올밤이라고 이웃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매일 오후에 텃밭을 한 바퀴 도는데 나흘 정도 사이에 큰 바구니로 3개 정도 주어왔습니다.

대충 봐서 10 ~ 20kg 정도 되는데 제가 농협조합원이 아니라서 수매하기도 어렵고, 때마침 추석 연휴라서 친구나 친척에게 보내기도 어정쩡해서 그냥 다 밤 껍데기를 까서 냉동시키거나 말려놓기로 했습니다.

 

밤깍는기계가 있으면 편할 것 같은데 가격이 40만원 대라 소량으로 수확하는 제 입장엔 구입 필요성이 좀 없는 것 같아서 밤가위를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2 ~ 3천원 정도 하는 밤가위를 요즘은 천원샵에서도 파는 곳이 있더군요. 지금 쓰는 밤가위를 재작년에 사놓은 걸로 기억하는데 끼익~ 소리는 나지만 여전히 쓸만합니다.

그냥 놔두면 금방 밤벌레가 생겨서 파먹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깎아야 되는데... 9월 초 올밤은 수량이 적은 편이라 저와 아내와 딸이 같이 조금씩 깍다보면 할만합니다.

작년에 보니 10월에 나오는 늦밤은 올밤 보다 수량도 많고 기간도 길어서 정말 수습이 안 되더군요. 몇 시간  밤까다보면 손이 얼얼할 정도... 그래서 밤기계를 고민하지만 며칠 쓰는 거다 보니 안 사고 버티기로 또 넘어가게 됩니다.

 

보관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삶아서 냉동 보관해도 문제가 없어서 삶아 식혀서 비닐 봉투에 나눠 담아서 냉동보관도 하고, 생으로 껍질을 까서 위생봉투에 넣어서 냉동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 냉동실 크기가 적다보니 보관해봐야 10kg 정도? 지금도 올봄에 채취한 쑥이랑 두릅 데친 것이 냉동실에 제법 남아있어서 올해 깐 것은 우선 냉장보관 중입니다. 나물들을 빨리 먹고 냉동 보관시켜야겠습니다.

그리고 10월에 나오는 늦밤은 친구와 친척들에게 맛보라고 몇 kg씩 보내고 남은 것만 저희가 먹어도 넉넉하지 않을까 싶네요. 밤나무가 대여섯 그루 밖에 안 되는데도 저희에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껍질을 까서 우선은 위생봉투에 조금씩 나눠뒀다가 밥할 때 몇개씩 넣어서 먹기도 하고, 저희 집에 아궁이 방이 있어서 겨울철에 아궁이에 밤을 넣어서 군밤을 해먹기도 합니다.

처음엔 요령이 없었는데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군밤도 쉽게 굽습니다. 손잡이 없는 프라이팬에 밤을 넣고 알루미늄호일을 씌워서 아궁이불이 적당히 자리를 잡을 때 넣어서 두세 시간 두면 끝!

손잡이 없는 후라이팬에 넣는 이유는 프라이팬이 뜨거운 열기를 잘 전달해서 전체적으로 잘 굽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아궁이에 적당히 넣기도 어려웠는데 그것도 익숙해지니 쉽더군요.

불을 지펴서 활활 탈 때에는 넣으면 안 되고, 한두 시간 뒤에 굵은 장작으로 뻘겋게 유지될 때 불기에서 약간 떨어뜨려서 놓으면 됩니다. 이미 껍질을 까둔 거라서 칼집을 낼 필요도 없고, 나중에 장작을 추가로 넣기 전에 끄집어내면 끝!

지금은 날씨가 더워서 군밤이 아니라 밤맛탕을 해 먹고 있습니다.

 

작년에 냉동보관을 해뒀더니 약간 건조되어서 그런지 프라이팬에 튀겼더니 조금 딱딱해지더군요. 그에 비해서 지금 막 나온 생밤은 수분이 가득해서 밤맛탕을 해도 부드럽습니다.

저희 집 전기레인지는 5단인데 우선 4단 정도로 해서 깐밤을 프라이팬에 넣고 뚜껑 닫고 열기가 제법 올라오면 가볍게 볶아서 수분을 한번 날려준 다음에 식용유를 조금 붇고 뚜껑을 덮은 다음에 3단으로 온도를 낮춰줍니다.

그렇게 한 5분쯤 뒀다가 한번 뒤집어 주고, 또 5분 쯤 뒤에 한번 뒤집어주고 전기렌지를 끄고 5분 정도 둬서 식히면 끝! 전기레인지는 열기가 금방 식지 않아서 남은 열기를 요리에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튀긴 밤에 꿀을 얹으면 밤맛탕이 됩니다. 오래간만에 해 먹으니 정말 맛있네요. 이틀 동안 간식으로 네 번을 해 먹었습니다. ㅎㅎ 껍질 까는 게 귀찮긴 하지만 정말 맛있는 간식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