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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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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7. 13:50 추억쌓기

지난주 사라진 바둑이 때문에 우리 꼬맹이가 찾아다니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도 나흘째 해질 무렵에 집으로 뛰어 들어와서는 냐옹~ 냐옹~ 배고프다고 그러더군요.

"초롱아 바둑이 왔다! 사료 줘라~"라고 딸을 불렀더니 바로 "웅? 바둑이 왔어? 진짜?" 하고 밝은 모습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그동안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는지,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는 우리 꼬맹이와 같이 조금 놀더니 다시 사료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미 길고양이 검댕이가 새끼 바둑이를 멀리 갔다 버리고 왔는데 알아서 찾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고양이는 수유를 1 ~ 3개월 정도 한다고 하더군요. 수유기간이 길어야 3개월 정도라고... 그 이유는 새끼고양이가 3개월 정도 되면 이가 거의 다 나와서 젖을 먹을 때 어미를 물어서 어미가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검댕이는 대충 3개월 넘게 젖을 물렸습니다. 지금이 4개월이 넘은 상태... 그러니 젖을 떼려고 하는 게 당연한데.. 새끼인 바둑이는 계속 모유를 찾습니다.

바둑이가 젖을 찾아서 다가오면 검댕이가 처음엔 계속 피하기만 했었는데 차츰 크르릉~ 하고 소리를 내면서 겁을 주면서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를 주고, 최근에는 얼굴을 할퀴거나 누르기, 싸움까지 했습니다.

길고양이 분가를 할 때가 된 거죠... 하지만 바둑이는 눈치 없게 계속 쫓아다니고.. 그러다보니 검댕이가 멀리 데리고 가서 버리고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년 전에 검댕이의 어미인 팬텀이가 그랬습니다. 팬텀이가 새끼인 얼룩이를 한참 잘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얼룩이가 안 보이더군요.

그리고 몇 개월 뒤에 많이 자랐지만 굶어서 초췌해진 모습으로 얼룩이가 귀환했습니다. 그리고는 팬텀이와 얼룩이는 서로 모녀 지간이라는 걸 여전히 알고는 있는 것 같았는데 같이 다니지 않고 서로 거리를 두더군요.

팬텀이는 뒷집 할머니 댁에서 여전히 살고, 얼룩이는 자리를 못 잡고 여기저기... 서로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작년에도 그랬습니다. 팬텀이가 그다음으로 검댕이를 낳았는데... 역시 몇 개월 뒤에 검댕이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1 ~ 2주 정도 지나서 저 위쪽 마을회관 뒤편에서 돌아다니는 걸 봤는데 그리고는 또 사라졌습니다.

반년 정도 지나서 역시 크기는 제법 커졌지만, 초췌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부턴 역시 둘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관계가 되더군요.

아무래도 길고양이는 3 ~ 4개월 정도 지나면 분가를 시키는 것 같습니다. 분가가 쉽게 될 리가 없으니.. 어딘가 멀찍이 데려가서는 버려두고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다행이고 돌아와도 서로 거의 남남 관계? 적까지는 아니지만 거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바둑이가 사라진 다음에 우리 꼬맹이가 많이 걱정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많이 안쓰러웠는데 저보다 아내가 그런 마음이 더 컸던 모양입니다. 바둑이가 검댕이를 쫓아가지 못하게 묶어 두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습성을 이기기 힘들거라 싶어서 잡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제가 잡아서 마당에 묶어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미인 검댕이는 걱정하는 듯 한참 빤히 쳐다봤지만, 그것도 잠시 사료만 열심히 먹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냐옹~ 냐옹~ 새끼가 울든 말든 상관없는 분위기. 그렇게 하루를 지냈는데 어미를 뒤쫓아다니면서 괴롭히지 않아서 인지 어미가 저희집에서 쉬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도 잠시 이틀째 날 아침에 보니 줄이 풀려서 도망을 갔더군요. 혹시나 다시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 오후가 되는 와서는 밥 달라고 냐옹~ 냐옹~ 저희에 대한 경계는 다시 심해졌지만 여기가 자기 집이라는 생각이 든 모양입니다.

그 이후로는 어미를 쫓아가도 몇 시간내로 혼자서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 묶어 놓을 필요성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티격태격, 새끼가 어미에게 집착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검댕이도 길고양이 습성이 있어서 먹을 걸 찾아서 우리집으로도 꾸준히 하루에 한두 번은 오니 하루에 한두 번 캬르릉~ 하는 위협적인 고양이 소리를 듣게 되네요.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