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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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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9. 03:15 시골이야기

가을 태풍의 후유증이 제법 남아 있는 10월 초의 시골 풍경입니다. 무엇보다도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서 논의 벼들이 다 누워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다 누워버린 곳은 단순히 태풍의 영향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다른 논밭들도 다 같이 강한 비바람을 맞았는데도 멀쩡한 곳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적으로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붙은 인근 논인데도 한쪽은 벼들이 완전히 누웠고, 한쪽은 말짱합니다.

그걸 봐선 말썽꾸러기 고라니(노루)의 흔적이 원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긴 합천이라 대부분의 논들이 산에 인접해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고라니가 내려와서는 잠을 자기도 하는데 그럼 그 잠자리 주변 벼들이 동그랗게 다 누워있습니다.

그렇게 한번 눌러진 곳이 있는 상황에서 비가 강하게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점점 쓰러지는 지역이 넓어져서 마치 미스테리 문양(미스터리 서클)이 생깁니다. 고라니의 잠자리 흔적이 있으면 태풍 피해가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쓰러진 벼가 있으면 나락이 익어가면서 비둘기들도 모여들고 쌀의 상품성도 크게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정리는 안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 때문에 탈곡기를 가지고 와서 돌리기도 비효율적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탈곡기 같은 농기계도 임대로 빌려와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추후 탈곡하고, 남은 지푸라기들로는 소 먹이용으로 흰 비닐로 돌돌 말아서 랩핑해서 보관합니다. 요즘은 그걸 공룡알이라고 많이들 부르시더군요.

어쨌든 지나가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 제3자도 에휴~ 한숨이 나오는데 정작 농부들의 심정은 어떨지... 정말 답답합니다.

 

참깨도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많이 쓰러지고, 거기에 수확기까지 다 되어서 대부분이 쓰러져 있는 상황입니다. 도시에 살 때에는 몰랐었는데 시골 와서 보니 참깨는 미리 잘라놓더군요.

아래 사진처럼 아랫쪽을 낫으로 베어서 바르게 세워 놓아서 건조를 시킵니다. 요즘처럼 비가 종종 올 때에는 비가 내릴 때나 새벽이슬 맞을 때 길게 비닐을 씌워서 건조를 시킵니다.

 

오늘 이웃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천막에 쓰는 파란색 두꺼운 비닐을 길가에 깔고 건조한 깻단을 털고 계시더군요. 깻단을 턴 다음에 채로 걸러서 참깨를 골라내시는 모습이 전통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저희 꼬맹이도 신기한지 한참을 보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선 여전히 인심도 좋고, 예전 방식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마을 회관 옆 평상에 다들 모이셔서 고구마순을 손질하시기도 하고, 올해는 양파가 많이 나서 이웃 마을에까지 나눠주시기도 하시더군요.

예전엔 보리나 쌀을 수확하고 며칠 말릴 때 길가에 쭉 펼쳐 놓고 며칠 건조를 시켰는데 요즘은 그렇게 안 하고 마을에 있는 건조기로 건조를 시켜서 그런 모습은 잠시 잠시 밖에 못 봅니다. 그런 시기에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주자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기도 합니다.

 

합천 밤은 거의 수확 다 한 상태이고, 한참 홍시, 단감도 슬~ 익기 시작하는데 감은 따기도 쉽지 않고, 보관, 배송이 힘들어서인지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일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흰 껍질을 깎아 말려서 곶감을 만듭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