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별이그림자
삶의 기록을 남기는 개인블로그, 많은 정보와 추억을 남기는 곳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18. 12. 23. 21:16 시골이야기

요즘에는 어디든 상수도가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시골은 마을에서 양수기로 지하수를 끌어다가 수도로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그렇게 물을 사용하고 있어서 요금 계산이 도시와는 좀 많이 다릅니다.


매달 사용금액이 청구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전기료로 정산하게 됩니다. 즉,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양수기에 들어간 1년치 전기요금을 주택별로 설치된 수도계량기에 사용량으로 나눠서 각각 가구별로 나눠서 내는데 투명한 집행을 위해서 매년 12월에(음력으로 11월 15일) 마을회관에 모여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고 납부받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귀촌해서 시골로 내려온지 3년차, 올해도 그제가 보름이라서 마을회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런 부분은 다 제외하고 아주 단순하게 계산합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의 단체도 있을 수도 있으니 참고삼아 글을 올립니다.



따지고 들면 복잡한 부분은, 우선 물세는 누진세가 아닌데 여기에선 양수기에 들어간 전기세를 납부하게 되는 것이라서 누진세가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매달 청구된 금액을 보면 더워서 샤워를 많이 하고, 가물어서 밭에 물도 종종 주게 되는 여름철엔 한달 총 사용액이 40만원 넘게 나오고, 반대로 겨울철엔 10만원도 안 나옵니다.


이런 부분이 각 가구별로도 영향을 줍니다. 즉, 누진세가 나오게 된 원인 중에 하나는 물을 많이 사용한 가구들 때문인데.. 이런 부분을 반영하려면 복잡해서 그냥 전체 마을사용량을 기준으로 해서 정액으로 나눠서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적게 사용한 집이 좀 손해를 보게 되는거죠. 뭐 이런 부분에 대해선 다들 불만이 별로 없으신 듯 싶습니다.


그리고 전기세에는 마을회관에서 사용한 양도 있을텐데 그 부분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외지인 분도 좀 있지만 당연히 같이 부담해야지 하는 공감대가 확실히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토는 아무도 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아니 당연히 같이 내야지~ 하고 얘기를 하시죠.


작년에는 회관 앞에 공사를 했는데 공사하시는 분이 실수를 해서 수도관을 건드리는 바람에 누수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가 누수를 잡느냐고 공사를 3번이나 하는 바람에 전기요금이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작년 대비 올해 총 계량기 계측량이 1/4 이상 늘었는데도 작년치와 전기세는 거의 같이 나온 걸 봐서는 누수량이 정말 많았던 모양입니다. 작년엔 예상외로 많이 나와서 11월 달부터 예비비가 부족해서 연체를 했다고 하시더군요.



또 다른 문제는 상주하지 않는 집에서 사용한 물세 입니다. 예전에 이장님이 원래 여기 50가구 정도 살고 있었는데 지금 반도 안 남았다고 얘기하시더군요. 그중에는 아예 아무도 살지 않아서 완전히 폐가가 되어 버린 곳도 있지만, 현대식으로 개축해놓고서 가끔 벌초하러 오는 등으로 내려와서는 며칠 쉬다 가는 집도 있습니다.


그런 주택에서 사용하는 사용량도 예상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이젠 상주하지 않으니 마을 주민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연락처도 없어서 왔을 때에나 청구해야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말을 꺼내는게 쉽지 않죠. 그래서 계속 누적되어가는 것 같은데 점점 그런 금액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잠시 얘기가 나왔다가 그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작년엔 예비비가 부족했던 전력이 있어서 올해는 누수가 없었는데도 작년과 같이 10톤당 8천원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계산의 편의성과 1년치를 한번에 납부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1미터제곱(1톤) 단위로 계산 하는 것과는 달리 10톤 단위로 사용량을 계측해서 부과합니다. 이 부분도 도시와는 많이 다른 내용이죠.



10톤에 8천원이면 1톤에 800원, 상수도 요금만으로 본다면 도시보다도 많이 비쌉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상하수도요금을 보면 상수도 1미터제곱당(1톤) 사용량이 가장 적을 때 요금이 360원, 거기에 물이용부담금 170원해서 톤당 530원으로 훨씬 저렴합니다. 


하지만 시골엔 하수도가 없어서 하수도요금이 제외되는데 서울의 경우 하수도 톤당 360원 해서 결국 1톤 당 890원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거의 같은 금액이 되는거죠. 거기에 기본요금 1080원이 부과되어 서울 쪽이 더 요금이 비싸집니다.


그래도 1년치를 한번에 납부하려고 하면 많이 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부담스럽습니다. 저희 집은 올해 10만원 정도 나왔는데 작년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웃분들이 워낙 많이 늘어서 저희는 되러 적게 나온 분위기 더군요.


지난 여름에 워낙 가물어서 텃밭에 물을 주신 분들은 30 ~ 40만원 정도씩 나오신 것 같습니다. 보통 보면 논물이나 개울물을 끌어다 쓰는데 지리적으로 논물이나 개울물을 사용하기 힘들어서 수돗물로 농사를 지으신 거죠... 최근에 면사무소 까지는 상수도시설이 들어왔다는데 우리 마을까지도 공사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두시간 정도 수돗세를 받고 지난 1년간 마을회관 사용금액도 정산하고 남은 여웃돈으로 마을회관에서 점심식사를 모두 같이 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1년에 한번 있는 행사로 어떻게 보면 부담스러운 하루이지만, 이를 통해서 마을 사람들의 친목도모까지 되는게 역시 시골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별이그림자